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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자살하는 선생님들

미국 뉴스에도 한국 선생님들의 자살 사건이 크게 보도됐다. 한국 언론을 통해 알고 있던 터라 놀라지는 않았지만 한국인의 자살 소식이 세계로 퍼져 나간다니 찹찹한 심정이다.   무엇보다 좋지 않은 일로 선생님을 잃은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된다. 어린아이들은 학교에서 선생님처럼 되려고 노력 하면서 교육이 이루어진다. 많은 초등학생이 선생이 되고 싶어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어린이들이 교육을 받으려면 ‘집행 기능 능력(executive function)’이라 불리는 사고 기능이 필요하다. 이 기능은 태어날 때부터 두뇌 안에 가능성이 존재한다. 마치 언어 습득 가능성이 두뇌 안에 존재하는 것과 같다.       갓난아기는 갑자기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큰 소리로 울어댄다. 존재의 위협에 반응하는 본능적 행동이다. 그러다가 생후 6개월이 되면, 엄마를 찾아 울기 전에 엄마가 마지막으로 있던 곳을 쳐다본다고 한다. 즉, 자신의 감정을 조절해서 잠깐 참았다가, 그래도 엄마가 안 보이면 울기 시작한다. 아기는 이미 감정 조절을 할 수 있는 집행 기능 능력을 길렀고, 이것은 두뇌 전두엽의 발달이 진행되고 있음을 뜻한다.     갓난아기의 두뇌에는 어른 두뇌의 90%에 해당하는 뇌세포(neuron)가 이미 존재한다. 뇌세포는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크기에 변화가 오고, 뇌세포들을 연결하는 시냅스의 숫자가 증가한다.   6개월 된 아기는 ▶반응 억제(response inhibition) ▶주의 집중 (sustained attention) ▶기능에 필요한 기억(working memory) ▶감정 조절(emotional control) 등 4가지 집행 기능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 능력에 의해서 아기는 가까이 가거나 피하는 행동(Approach/Avoidance behavior)이 가능해진다. 어린이는 집행 기능인 ‘반응 시작/반응 억제(Responnse initiation/ Response inhibition)’를 통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배우고,이는 학교 교육에 중요한 기능이 된다. 부모가 이 기능을 잘 길러준 아이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만 학대를 받았거나 다른 상처로 인해 이 기능을 훈련받지 못한 아이는 뇌 구조에 변화가 올 수 있다. 집행 기능 능력이 떨어진 어린이나 청소년은 학교에서 문제 행동을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이런 학생에겐 특별한 도움이 필요하다. 보조 교사, 카운슬러, 또는 특수 교육반 교육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도움이 없이 선생님 혼자서 문제아와 일반 아이들을 동시에 가르치기는 어렵다.     필자가 카이저에서 근무하던 시절, 의료 보험이 없는 한인들을 위해 교회 사무실에 ‘라이프 케어 센터’라는 정신과 클리닉을 운영했었다. 그런데 이곳을 찾는 한인 환자의 약 70%가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 질환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자신에게 이런 질병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가정폭력, 아동학대, 알코올중독 또는 심한 우울 증상으로 찾아 왔다가, ‘들어본 적도 없는 이상한 병’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간혹 자녀 문제로 왔다가 자신에게도 똑같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한국의 초등학교 교실에 감정 조절, 주의 집중, 반응 억제 등 집행 기능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는 선생님은 적당한 체벌과 칭찬을 통해 문제 학생을 통제하며 다른 학생도 교육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선생님을 비난하기보다 학교나 교육청 차원에서 아이들이 집행 기능을 기르도록 도와야 마땅하다. 만약 아이의 문제가 ADHD라는 두뇌의 질병이면 정신과에 데리고 가서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의 한인 부모들도 선생님들이 자녀의 정신과 진단과 치료를 권하면, 그중 반 정도만 이를 따른다. 그리고 아이의 행동에 대한 질문지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또는 “아주 조금 있다”로 표시한다. 한국의 부모들도 자녀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고, 선생님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아이들의 두뇌는 25세까지 계속 성숙한다. 비록 어린 시절에 어떤 이유로 집행 능력을 키우지 못했었더라도 좋은 선생님이나 상담사를 만나면 좋아질 수 있다. 부모와 교육 관계자들이 힘을 합해 아이들의 집행 능력을 길러주자. 선생님은 아이들이 존경하고 닮고 싶어하는 역할 모델이다. 그들이 행복하고 희망에 찬 모습으로 아이들의 등불이 될 수 있게 하자.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자살 선생 집행 기능인 한국 선생님들 문제 행동

2024-08-13

[살며 생각하며] 교사 수난 시대

비가 내리는 인천공항의 아침이다. 5주간의 한국 여정을 마치고 이제 미국으로 돌아간다. 마지막 일정으로 지난 토요일 오후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나의 책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강연회와 북 사인회가 있었다. ‘미쿡’에 사는 나로서 한국 북 콘서트가 많이 부담되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출판사 측에서도 인원 동원 걱정을 좀 하셨다.     하지만 시간이 다가오자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자주 만나지 못해도 늘 반가운 중학교 동창들을 비롯, 불과 며칠 전 영구 귀국하신 선생님, 어릴 적부터 나를 보아온 오빠, 언니, 친구분들, 그 외 친지들로 교보 배움홀이 가득 찼다. 같은 시간 유명 아동만화가 사인회가 있었다는데, 내 사인 줄이 더 길다고 대표님이 기뻐하셨다.     이렇게 또 하나의 패밀리들이 나를 응원해주고 사랑해주는 이곳, 한국을 이제 떠나간다. 이번엔 유례없는 더위가 일본으로, 제주도로, 서울로 따라다녀 아주많이 힘들었었다. 그러나 더 마음이 힘들었던 것은 뉴스에 나오는 한국 선생님들의 수난이었다. 특히 3년 전 의정부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이영승 선생님 이야기에는 너무 안타깝고 이해 안 되는 점이 많았다.     이 선생님은 2016년 수업 중 커터칼로 페트병을 자르다 손을 다친 학생 부모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 학부모가 학교로부터 141만원이나 되는 치료비를 받고도, 계속해서 악성 민원을 제기하자 선생님은 휴직하고 군에 입대했다. 하지만 학부모는 군 복무 중이나 복직 후에도 계속 만남을 요구하며 월급날마다 50만원씩 8번이나 치료비 명목으로 받아냈다고 한다. 당시 추락사로 발표해버린 이 사건이 지금 재수사에 들어갔다.     먼저, 미국 학교에 오래 근무한 내 입장에서 여러 가지로 안타까운 점이 있다. 먼저 초등학교 아이에게 칼로 페트병을 자르는 활동을 한 것 자체가 좀 안타깝다. 미국 같으면 아마 초등학생이 칼을 사용하는 액티비티 같은 것은 안 했을 거 같다. 그리고 그런 일이 발생했다 해도, 학교가 교사를 전적으로 보호하지 않고 교사가 학부모와 연락하며 책임을 지게 했다는 사실에 큰 분노가 느껴진다.     또한 학부모들이 교사 퇴근 후 그렇게 사적인 메시지와 톡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충격이었다. 교사를 보호해주는 제도가 그렇게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권리만 주장되다 보니, 학부모들이 교권을 아무렇지 않게 침해하는 현상들이 만연해진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대학생이 된 그 아이에게 자퇴하라는 대자보가 붙고, 그 아이 아버지의 직장이 사과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좀 어이없어 보인다.   그해 12월 7일, 자기 아이를 따돌린 학생이 공개사과를 하게 하라는 부모에게 그럴 수는 없다고 하자, 그 부모는 ‘학폭위를 열겠다’며 화를 냈고 선생님은 ‘죄송하다’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 날인 12월 8일 이 선생님은 ‘아이들은 평범한데 제가 이 일이랑 안 맞는 거 같아요. 하루하루가 힘들었어요. 죄송해요’라는 말을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이번에 한국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 교사, 교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 부모들의 삶과 교육 현장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학원 자물쇠반 - 이름만 들어도 공황장애가 올 것만 같은- 같은 강요된 환경에서 부모가 그려놓은 진로대로 공부만 하다가, 대학 가면 부모에게 분노가 폭발하면서 의절을 선택하는 아이들도 있다는 말까지 들으니, 이 세상 모든 학부모와 함께 생각하고 싶은 말들이 슬금슬금 올라오는 이번 한국 여행이었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교사 수난 엄마 교사 교사 퇴근 한국 선생님들

202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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